누구나 아플 때가 있고, 다른 사람의 간호를 받을 때가 있죠. 그런데 아픈 사람을 간호하는 건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피로하지만 특히 정신적인 게 더 크더라고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을 다시금 공감하게 되네요. 꼭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누군가가 아파서 간병을 해줘야 할 때, 지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런데 병세가 오래간다? 누구나 불효자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프다고 짜증내는 사람
본인도 아파봤기 때문에 내 몸이 아프면 짜증 나고 힘든 거 이해하죠. 어쩔 때는 아픈 사람이 안쓰럽다가도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합니다.
본인 컨디션이 안 좋고, 아파서 힘든걸 기껏 옆에서 케어해주는 사람에게 화풀이하듯 온갖 짜증과 역정을 내면 솔직히 오만정이 다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아픈 거 자체가 불만
음식에 대한 불만
빨리 안 나아서 불만
치료 과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불만
모든게 불만투성이인데,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옆에서 병간호를 해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불만들을 다 받아주려니 지칠 수밖에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싶기도 할 정도죠.
말이라도 한마디 좀 다정하게 "네가 고생이 많다. 내가 빨리 나아야 될 텐데." 이러면 백이면 백, "아픈 사람이 제일 힘든 거 누가 모르겠냐, 나는 괜찮으니 빨리 낫기만 해라."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겠지요.
하지만 아픈 사람은 초반에는 고마움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런 보살핌을 당연하듯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종 부리듯이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하는데 점점 화가 나더라고요.
아무리 몸이 아프고 불편해도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얼마든지 많은데, 마치 아픈 걸 핑계 삼아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 "나 환자잖아~" 이 말이 그렇게 듣기 싫더라고요.
어떤 날은 나쁜 생각이지만 진짜 그렇게까지 아픈 게 맞는가 하는 의심도 들 때가 있죠;; 특히 남편들...?
아픈 사람의 요구를 이것저것 들어주다가, 지친 마음에 내색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공격이 들어옵니다.
간호해 주는 게 그렇게 힘들었냐
남이 아파서 이 정도는 해주겠다
내가 아니꼽고 치사해서 나 혼자 하고 만다
벌써부터 이러는데 더 나이 들면 무서워서 살겠냐
너무 상처 아닌가요? 기껏 걱정하며 참고 고생한 시간들을 저런 말들로 헛수고를 만들어 버리다뇨.
물론 아프면 사소한 것도 서럽게 느껴지고 정신적으로도 나약해질 수 있어요. 저도 제가 아플 때 가족들이 몰라주면 너무 서럽고, 아프면 나만 손해구나 하며 꾸역꾸역 먹고 이겨냅니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옆에서 걱정해 주고 하나하나 보살펴 줄 수는 있어요. 그게 진심이고요. 하지만 아프다고 해서 모든 걸 허용받으려 하거나, 당연하듯 보살핌을 누려서는 안 되겠죠.
특히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집안 분위기 자체가 근심걱정으로 침울해지기 쉽죠. 그런데 정작 아픈 사람이 힘들어하는 가족들 마음도 몰라주고 있는 대로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어요.
얼마나 아프고 힘들면, 오죽하면 저럴까 이해하려는 마음도 있지만, 솔직히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마음이 들어요. 남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우울한 감정이 밀려오죠.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본인도 왜 내가 아파야 하나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매사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가장 곁에서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은 절대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모두 아프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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