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살아요/논란에 대하여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는 정말 없을까?

아나포 2022. 10. 7. 18:57

속담이 주는 진정한 교훈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부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내가 무언가를 위해 열정을 쏟으며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는 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패를 맛보기 전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결국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성공과 실패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니깐요.

 

초등학교 때 배우게 되는 속담 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흔하게 사용하는 속담이 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어려운 속담이 아니듯이 속담의 속 뜻도 쉽게 헤아릴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튼튼한 나무도 열 번의 노력으로 넘어가듯이 어려워 보이는 일도 먼저 포기하지 말고 여러 번 시도하면 해 낼 수 있다는 뜻인데요, 노력에 대한 강조를 할 때 많이 사용하게 되는 속담입니다.

 

문제는 이걸 너무 쉽게 사람한테 빗대어 얘기하는 것에 있습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남자 주인공 철수가 여자 주인공 영희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벌써 여러 번 고백했지만 영희는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친구 민수가 상심한 철수를 위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야, 너는 몇 번 고백했다가 차였다고 그러냐?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잖아! 여자들 괜히 튕기는 거 몰라, 임마?"

 

민수의 말대로 영희에게 끊임없이 고백하면 영희는 철수의 마음을 받아주고 해피엔딩이 될까요?

 

도끼로 나무를 베듯이 사람마음도 노력해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도끼로 나무를 베듯이 사람마음도 노력해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사회 문제

얼마 전 스토킹 관련 범죄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줘서 가해자가 그렇게 한 거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시의원이 있었는데요, 이에 분노한 사람들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는 속담을 빚대며 잘못된 인식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결국 이 시의원은 6개월 당원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요.

 

좋아하는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범죄로 이어지는 행동을 저지르지 않고요, 스토킹 범죄 자체를 너무 가볍게 표현한 부분은 피해자 유가족 분들에겐 그 어떤 말로도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되고 말았습니다.

 

남녀 사이의 고백에 어느 정도 고백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자체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표현이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과격한 방식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일 뿐입니다.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을 핑계 삼아 상대방이 확실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일방적으로 직진하는 분들이 꽤 많은데요, 상대방에겐 공포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언젠가는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까 하며 상대방을 지켜보며 근처를 맴도는 것은 스토킹의 시작입니다.

 

나무도 열 번 찍는다고 다 넘어가지는 않잖아요? 이 속담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사람 마음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깐요. 물론 어디에나 예외라는 것은 존재합니다.

 

어떤 분들은 무용담처럼 자신이 처음에 고백했다가 차였지만 계속 들이댔더니 결국엔 받아주더라며 자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주게 된 것이 계속된 구애때문이었을까요?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계속 알고 지내다 보니 그 사람의 진정성을 발견하고 나중에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코 스토킹처럼 집요하고 상대방에게 공포가 느껴지도록 다가가지는 않았겠죠.

 

연예인을 광적으로 좋아하다가 스토킹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이웃이었는데 몰래 스토킹을 하며 위협을 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뉴스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스토킹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사회문제로 야기될 만큼 발생 건 수도 급격히 많아졌습니다. 스토킹은 그저 범죄일 뿐이며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를 똑같이 좋아해 줄 이유는 없다는 것을 깨우쳐야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 알아두기

 스토킹 범죄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만약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보통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냐고 말합니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도 어쩌면 이유 없이 싫은지도 모릅니다. 나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어서 아니면 상대방이 아직 내 매력을 모르는 것 같아서 계속 다가가 보지만 상대방은 오히려 더 멀어질 뿐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다가가고 강요하고 협박하는 것은 이미 좋아한다는 마음 자체에서 벗어난 행위입니다. 이것은 고백이 아닌 폭력이며 우리는 그것을 스토킹이라고 부릅니다.

 

마음을 얻기 위해 더 이상 이 속담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처럼 무언가 노력하여 결실을 맺고자 한다면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 에너지를 나의 성공이나 커리어를 위해 쏟아보는 건 어떨까요? 사람은 무언가를 위해 열정을 쏟을 때가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