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은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도 수많은 분들이 고부갈등을 겪으며 결국 이혼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리고 항상 남편이 중간에서 잘해야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과연 자신의 어머니와 와이프 중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현명한 중재를 할 수 있을까요? 사람 마음이 로봇이 아닌 이상 백 프로 공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중간에서 남편이 잘 조율해 준다면 서로 절연하거나 극으로 치닫는 경우는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부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남편
고부갈등이 결혼 생활에서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고부갈등을 검색하면 이혼 전문 변호사부터 나오니까요. 결국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법적 다툼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연애할 때는 남자친구가 자신만만하게 그러더군요.
"내가 중간에서 잘 하면 돼!"
아직 뵙지도 않은 예비 시어머니와의 사이를 미리 걱정하는 남자 친구. 결국 스스로도 고부갈등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요? 많은 예비 남편들이 결혼 후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요?
처음에는 물론 양 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서로에게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노력합니다.
우리 엄마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신경쓰지 않아도 돼.
와이프가 우리 집이랑은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그래. 내가 잘 얘기해 볼게.
엄마 앞에서는 엄마 편,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 이런 노력이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이런 갈등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게 됩니다.
나보고 어쩌라고!
결국 점점 둘 사이에서 끼어 눈치 보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집니다. 나중에는 둘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빠지는 상황도 발생하죠. 결국 시댁과 절연하고 발길을 끊는 가정이 늘어납니다. 제 주변에도 몇몇 있더라고요.
고부갈등의 시작은 누구 탓?
사실 따지고 보면 양 쪽의 입장이 이해가 됩니다.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엄마가 한참 어른인데 와이프가 엄마의 비위를 좀 맞춰줬으면...
또 반대로 아내의 입장을 들어보면 자신의 어머니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무리한 요구나 강요를 하시니, 아내를 볼 면목이 없기도 해요.
그럼 남편은 중간에서 이렇게 노력했는데, 왜 내 탓을 하는 건가 억울할 수 있겠죠?
중간에서 치우치지 않고 편을 들어준다는 게 일단 너무 어렵습니다. 말을 들어주다가 자칫 상대방 입장에 대해 설명해 주려다 봉변을 당하기 쉽거든요.
지금 그래서 자기는 누구 편이야?
내가 여태껏 고생해서 키워놨더니, 누구 편을 들고 있어?
남편은 결국 어느 입장에서도 단호하게 행동하지 못한다며 욕을 먹게 됩니다. 확실히 어느 한쪽이 잘 못 한 상황이라도 나머지 한쪽의 편만 들기도 어렵습니다. 어쨌든 내 어머니고, 내 아내이니까요.
남편은 결혼 후에 갑자기 효자가 되더라
많은 미혼 여성분들이 결혼 기피 대상으로 마마보이를 꼽을 만큼 엄마와 아들 사이가 너무 가까우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 결혼 전에는 엄청 속 썩이는 자식이었는데, 결혼 후 느닷없이 효자로 돌변하는 아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부모에게 잘하는 건 마땅히 칭찬받을 일이며 효자를 욕할 이유는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의 효자는 자신은 그동안 효도를 안 했으면서 결혼 후에 갑자기 "우리 엄마가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 깨우치며 함께 효도할 것을 은연중 강요하는 경우입니다.
이른바 대리효도라고 하죠? "우리 엄마는 이제 연세가 있으시고 힘드시니 당신이 해라" 이런 식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솔직히 답이 없습니다. 말로는 부모 걱정에 끔찍한 효자인데 막상 행동은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아내에게 대리 효도를 강요하니까요.
날 여태껏 낳고 길러주신 분인데 이 것도 못 해 드려?
고부갈등과 별개로 이렇게 결혼 후 갑자기 효자가 된 남편도 결혼을 후회하게 만들며 전국의 주부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대상입니다.
고부갈등이 해결되지 못하면 절연 혹은 이혼
예전에 숱하게 겪어온 고부갈등을 보고 자라난 세대들은 이제 더 이상 참지만은 않습니다. 고부갈등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남편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시댁이랑 연을 끊든 나랑 이혼을 하든 둘 중 하나만 선택해!
시어머니, 남편, 며느리 이 셋의 관계가 이렇게 양자택일까지 치달았을 때, 실제로 어느 것을 선택하든 좋은 결말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시댁과 연을 끊고 사는 분들도 속이 후련하다 하면서도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거든요. 반대로 이혼 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도 많습니다. 이것도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재혼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도 힘듭니다.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올 수밖에 없겠네요.
중재가 안 된다면 확실하게 행동하기
가장 이상적인 건 남편이 중간에서 중재를 확실하게 해서 서로의 오해를 풀고 잘 지낼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부갈등이 중재만 잘한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습니다. 서로의 성격과 생활 방식 등을 모두 받아들이고 맞춰나가기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애초에 결혼 전부터 예비며느리를 탐탁지 않게 보셨다면 차라리 그때는 선택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부모의 반대를 수긍하고 헤어지는 방향을 선택하거나, 그래도 결혼은 내 선택이고 남은 인생이 걸린 문제이므로 부모가 반대하면 안 볼 결심까지 한 후에 결혼을 강행할 수 있죠.
하지만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살면서 자꾸 부딪히는 문제가 생기고, 결국 고부갈등이 극심해졌다면 최대한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접촉을 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서로 연락하거나 만나는 횟수를 최대한 줄여서 갈등의 상황을 미리 막는 것이죠.
무조건 시댁과의 연을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이 열리고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서서히 만남을 늘려가는 게 어떨까 싶네요. 물론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갑자기 서로에게 우호적으로 변하기를 어렵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이 흘러 해결되는 문제들도 많고, 그 때는 틀렸으나 지금은 맞는 문제도 있듯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대해 보자는 것이죠.
오늘도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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