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남자아이가 또래보다 키가 많이 작아서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켜봐 온 조카의 이야기인데요, 최근에는 신기하게도 살이 키로 가는 게 눈이 보이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일단은 살이 찌더라도 잘 먹어야 나중에 키로 간다고 하잖아요? 그게 솔직히 진짜 맞는 말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괜히 그러다 소아비만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유독 밥까지 잘 안 먹어서 작고 체격이 작았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먹는양이 늘어나더니, 뱃살이 붙더라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몸이 늘씬해지면서 키가 자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기 때 부터 입이 짧았던 아이
아기 때 부터 먹는 양이 워낙 적었고, 우유를 조금이라도 본인의 양보다 많이 먹으면 어김없이 구토를 했어요. 아기 엄마인 우리 언니도 애기 때 입이 그렇게 짧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입이 짧은 것도 유전인가 보다 했어요. 남자애라서 아무래도 키가 많이 안 클까봐 신경이 더 많이 쓰이잖아요. 엄마, 아빠의 키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더 고민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든 잘 먹여서 크게 키우고 싶은데 바램과 달리 아이는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아무리 먹여보려 해도 입을 항상 꾹 닫더라고요. 그러니 부모입장에서 얼마나 속이 타겠어요.
그리고 문제는 체질 자체가 허약해서인지 툭하면 아픈데, 아프면 아프다고 또 밥을 안 먹어요. 환장할 노릇이죠.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 해도 일절 음식을 거부하고, 억지로 먹이면 토하고 그랬죠.
그때의 심정은 사람이 이렇게 적게 먹고도 살 수 있나 싶었답니다.
키가 작으면 속상한 이유
태어나면서부터 또래에 비해 늘 작았어요. 반에서도 항상 제일 작거나, 아님 그다음이었죠. 볼 때마다 키가 참 작구나 싶은데 더 작은 아이가 있다고 해서 놀란 적도 많네요.
자기가 친구들보다 키가 작다는 걸 인지하면서부터 스트레스가 있어요. 키 컸다는 칭찬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체격이 워낙 작다보니, 또래 남자아이들이 약간의 괴롭힘 같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학교 폭력까진 아닌데 괜히 툭툭 건들고, 장난치면서 노는 건데 약간 세게 건들면 울면서 돌아와요.
처음 보는 애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키가 작으니까 무조건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얘는 늘 형들이랑 놀고 싶은데, 현실은 자기보다 어린애들이랑 놀아야 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작다고 좀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고, 반면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귀엽다며 같이 잘 놀더라고요. (본인은 자기가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다며 내심 좋아해요.)
남자애들이 거칠게 장난을 칠 때 마다 바로 선생님께 얘기하고, 어느 날부터 용기를 내서 "하지 마!"라고 하니 더 이상 안 괴롭힌다고 했어요.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요.
입맛이 변하고, 살이 찌기 시작하다
워낙 가리는 음식이 많아서 학교 급식도 마음에 안 들면 안 먹고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안 먹으면 키 안 큰다는 말은 본인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을 수가 없었죠.
그러다가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엄청 통통해졌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죠. 키는 그대로 작은데 옆으로 늘어난 느낌? 뱃살도 두둑해지고, 이게 무슨 변화인가 싶었어요.
알고 보니 간식에 빠졌더라고요. 포켓몬 빵 중에 초코빵이 제일 맛있다며 우유랑 함께 먹기 시작했고, 감자칩이나 고래밥 같은 짭짤한 과자를 즐겨 먹었어요. 몸에 좋지는 않겠지만, 입맛이 살아났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겠죠?
그래서 더 열심히 간식들을 먹였고, 결과적으로 그 때는 키가 당장 크지는 않았지만, 덩치가 꽤 커졌어요. 그래도 마른 것 보다는 훨씬 보기 좋더라고요.
할머니의 손맛 덕분에 키가 크다
원래 작은 아이가 갑자기 살이 찌니까 저는 솔직히 걱정이 되던데, 다른 식구들은 이제 키로 갈거라면서 다 좋아했어요. 위가 늘어났는지 밥도 예전보다 잘 먹기 시작했고, 특히 할머니표 음식을 좋아하더라고요.
엄마가 조카를 봐주시면서 식사를 책임지셨는데, 할머니 음식이 그렇게 맛있대요. 할머니 손맛이 최고라며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고, 몸이 무거워 보이기는 하는데 어쨌든 일단 음식을 거부 안 하니 다행이었죠.
그리고 최근에는 키가 많이 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직접 보니 진짜 살이 키로 바뀌고 있더라고요. 옆으로 늘어났던 아이가 슬림해지면서 키가 쑥 크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다고 한 번에 몇 십 센티미터 쑥쑥 크고 그러지는 않았고요, 엄청나게 자란 건 아닌데 지금 한창 키가 크고 있구나가 느껴지는 정도였어요. 본인 스스로도 주변에서 키 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니 엄청 신이 나 있더라고요.
솔직히 아직도 또래 평균 키보다는 작아요. 그래도 키가 크는게 눈으로 보이니 정말 다행입니다.
태권도와 키의 관계는?
태권도는 키와 상관없이 아이가 좋아해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방학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다니더라고요. 체구가 작아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본인과는 잘 맞았나 봐요.
그런데 이 소식을 듣고 친척 중 한 분이 말리기 시작합니다. 키가 크려면 무조건 수영을 배워야 한다더라고요. 태권도를 하면 키가 안 큰다는 말도 하던데, 진짜인가요?
갑자기 키가 작은 태권도 선수들이 떠올랐지만, 키가 큰 선수들도 많지 않나요? 무엇보다 활동량이 많아져서 튼튼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키와의 관계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생각해 보면 먹는 양이 늘어난 것도 태권도를 다니면서 활동량이 늘어서 늘 배가 고프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본인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입맛을 느껴서 잘 먹고 잘 크는 중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태권도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키를 떠나서 일단 자신감이 생겼으니까요. 맨날 띠 자랑하고 동작을 선보이는데 귀찮을 정도입니다.
키가 작아서 고민인데 잘 안 먹는 아이가 있다면, 일단은 영양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 본 것 중에 도움이 되었던건 전지분유였어요. 솔직히 제가 먹으려고 샀다가 한 잔 태워주니 너무 잘 마시더라고요. 전지분유가 또 살찌는데는 직빵이잖아요. 그래서 매일 마시라고 했죠. 생각해보니, 그것도 비결이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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