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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하고 엄한 아버지와 대화가 필요하다

아나포 2023. 12. 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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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항상 근엄하시고, 자식들과 다정다감한 대화가 없으셨어요.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 그 자체셨는데요, 그래서 대화도 거의 없고 항상 어색한 관계였어요.

 

방송에서 엄청 성격이 활발한 연예인들도 막상 본인의 아버지와는 대화가 거의 없다고 밝힌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아버지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어색한 경우가 많을까요?

 

모든 아버지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무뚝뚝하고 엄하신 아버지들이 정말 많으시더라고요. 자녀들과도 거리감이 느껴지고, 대화가 부족한 우리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들은 원래 다 무뚝뚝한 성격?

원래 타고난 성격이 무뚝뚝하셔서 감정 표현도 잘 안 하시고 그런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죠. 바깥 활동을 하실 때는 또 다른 모습이십니다.

 

친한 고향 친구분들과 계실 때, 사회 생활을 하실 때의 모습이나 친척분들과의 관계 등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모습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보는 아버지는 항상 대화가 별로 없는 근엄하신 모습이죠.

 

엄마하고는 이 얘기, 저 얘기 깔깔 웃으며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아빠 하고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대화가 항상 단답으로 끝이 나고, 퉁명스러운 말투에 살짝 상처받기도 합니다.

 

연애하실 때도 저렇게 하셨을까? 내심 궁금해지는 부분인데요, 젊은 시절에는 두 분 만의 추억이 분명 있으셨겠죠.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하다

엄마에게 들은 아버지의 인생은 사실 삶 자체가 고난이셨더라고요. 아버지 세대가 대부분 그러했듯이, 아들로 태어나 집안을 책임져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살아오셨어요.

 

 

부모님께 사랑도 듬뿍 못 받고 자라나셨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으셨죠. 심지어 본인의 나이가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때부터 일찍이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셔야 했어요.

 

시대적으로 애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크셨으니, 자연스럽게 성격도 바뀌신 것 같아요. 가족들과의 관계보다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고,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으니까요.

 

엄하게 가정 교육을 받으셨고, 남자가 무슨! 이 한 마디에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을 보이시면 안 됐죠. 그렇게 평생을 가부장적인 남자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갑자기 가족들 특히 자식들과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기는 너무 힘든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어색함
항상 뒷모습으로 기억되는 아버지

엄한 아버지는 손주 사랑만큼은 각별

본인의 자식들을 키우실 때는 다정한 말 한 마디 없으셨던 분이 손주들을 대하실 때는 확연히 태도가 달라지셨어요. 크게 표현을 안 하시더라도 바라보는 눈빛부터 꿀이 뚝뚝 떨어지시더라고요.

 

원래 아이들을 이렇게 좋아하셨나 싶기도 하고, 항상 애들을 무릎에 앉히시는데 표정이 행복해 보이셨어요. 왜 우리가 자랄 때는 이렇게 안 하셨을까?

 

 

이건 엄마도 마찬가지신데요, 우리가 클 때는 항상 엄마한테 무섭게 혼났던 기억이 많아요. 그런데 왜 손녀손자들에게는 이렇게 다정하신지 모르겠어요. 엄마의 말씀으로는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 사랑을 못 받고 자라났다"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본인의 자식을 키울 때는 예뻐할 줄 도 모르고 그저 엄하게 키웠는데, 지금은 손주들이 마냥 예쁜 존재인거죠. 특히 훈육은 부모의 몫이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런 부담 없이 맘 놓고 예뻐하실 수 있는 거라고요.

 

아빠와 단 둘이 있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

아주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점점 크면서 특히 사춘기가 찾아오고 그 무렵부터 아빠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멀어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해요. 아빠와는 대화로 감정을 주고받기 어려우니까요.

 

저희 집은 엄마가 "아빠 식사하시라 그래." 하면 제가 "아빠, 엄마가 식사하시래요." 이게 하루 대화의 전부였습니다. 사실 그냥 말을 전달한 것이니까, 대화라고 볼 수도 없겠네요.

 

아빠와는 정말 할 얘기가 없더라고요. 같이 TV를 시청해도 어색하고, 침묵만 흐르다가 용기를 내서 누가 먼저 질문을 해도 짧게 대화가 끝나버려요. 그게 이미 익숙해져서 오히려 길게 대화하는 상황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아버지와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우리 아버지와도 대화가 필요합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색한 이유는 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무조건 무뚝뚝한 아버지가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죠.

 

서로 처음엔 불편하고 어색함이 느껴지더라도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해 보고, 같은 공간에서 자주 함께 있어보세요. 정말 친한 사람과는 아무런 대화가 일절 없어도 숨 쉬듯 편하잖아요. 그렇게 편안함이 느껴질 수 있도록 아버지와도 익숙함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와 사소한 것부터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날씨가 추운데 몸은 괜찮으시냐, 혹시 뭐 드시고 싶은 건 없으시냐, 친구분은 요즘 안 만나시냐 등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가 보세요. 언젠가부터는 대답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제야 깨달은 아버지의 애정표현

사실 지금은 아버지가 안계시기 때문에 애정이 담긴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없습니다. 늘 그렇듯 이제야 후회를 하죠.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아버지가 엄하게 대하셔도 내가 먼저 살갑게 다가가고 그랬어야 했는데...

 

 

예전에는 항상 아빠가 무섭게 느껴져서 간단한 대화도 어려웠지만, 이제 나이가 들면서 그게 왜 그렇게 힘든 일어 었나 싶기도 해요.

 

아버지는 말로 표현하시지 않았지만 사랑을 남몰래 표현하셨더라고요. 엄마 몰래 말없이 쥐어주시던 용돈과 한 번씩 톡톡 어깨를 두드려주시던 그 감정을 이제야 깨닫는 거죠.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하루아침에 관계가 개선되긴 어려운 문제입니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갑자기 다정해지시기도 어렵고, 대화가 없던 사이에서 자식이 무작정 다가가는 것도 큰 용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나의 기대와 다른 아버지의 반응에 상처받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조금 더 친밀하게 개선해보고 싶다면 먼저 노력해 보세요. 먼저 다가와주길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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