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몇 년 간격으로 연락이 온다. 재작년쯤이었나 어딘가에서 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고 이어 문자가 도착했다.
20XX 년 X월 X일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한 내역이 있어 피해조사 차원에서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구입한 지가 언제 적이고 그사이 휴대폰 번호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어떻게 알고 연락이 오는 거지? XX카드로 구입하고 포인트 적립한 내역이 있어서 조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잊고 지내기엔 어딘가 찜찜했던 가습기 살균제 이야기...
어제 또 뉴스에서 이 소식을 다루었다.
그렇다. 나도 그 유명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구매한 사람 중 한명이다. 그 시절 선물 받은 미니 가습기에 사용하기 위해 직접 마트에서 구입하였고, 다행인지 가습기가 고장이 나서 남은 살균제는 모두 버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대대적으로 알려지고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내가 구입했던 제품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나도 큰일 날 뻔했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주변 사람 중에는 무슨 생각으로 그걸 구입했냐며 생각해보면 살균제가 코로 들어가는 건데 그런 걸 구입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일종의 2차 가해까지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리 선택 자체는 본인의 몫이라지만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품을 만들어서 충분한 검증 없이 홍보하고 판매한 기업을 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할수록 또 화가 나는 대목이다.
나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특히 그때 이후 비염이 심해져서 고생을 꽤 했다. 이게 연관성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뿐 정확히 인과관계를 밝히기도 어렵다. 문자를 받고 검색해보니 관련 질환으로 폐질환 외에도 비염, 천식 등 여러 질환도 인정된다고 하여 전화를 해봤으나 특별조사위원회에서는 명확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일단 접수를 할 건지 말 건지만 알려달라며 그저 피해인원만 추산하는 듯 보였다.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분들이 많아 너무 안타깝고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할 뿐이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의외로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나.
살균제는 미생물 증식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독 화학물질이다.
PHMG 폴리 헥사 메틸렌 구아니딘
CMIT 메틸클로로아이소싸이아졸리 논
MIT 메틸 이소티아졸리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장품, 샴푸, 치약, 물티슈, 방향제 등에서도 이른바 독성물질은 흔하게 사용된다. 살균보존제 자체는 미생물의 증식을 막고 제품의 부패를 막아줌으로 적당량의 사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피부독성에 관한 평가에서만 연구가 이루어진 경우가 대다수이고 호흡기로 흡일될 때의 흡입에 대한 독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 검출로 판매되던 상품이 제조금지 및 시중에서 퇴출당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가 늘 사용하던 제품에서 끔찍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다니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직도 이런 제품을 판매한다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물티슈는 아기들에게 가장 흔하게 사용하고 이제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는데 성분에 대한 걱정은 당연한 것이다. 물티슈로 손뿐 아니라 입 주변도 닦고 어떤 이는 물티슈로 입 안까지 닦던데 과연 안전한 걸까?
물티슈의 사용은 적정한 수준의 피부접촉피부 접촉은 문제없지만 오히려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유통과 보관 중에 미생물이 증식하여 부패할 수 있어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 물티슈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이 위험해 보이는 화학성분들을 사용하는 이유는 변질과 부패를 막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접하는 화학성분들은 포함하는 양에 따라 오랜 기간 노출되다 보면 만성적인 질병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아직 유해물질들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성독성은 개인차가 있고 노출량과 노출 방법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살균보다는 미생물들과 적당히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각종 바이러스에 관한 우려는 손 씻기와 염소로 소독된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미 여러 번 검증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구상의 모든 독성물질과 화학제품들을 멀리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제품에 쓰여있는 '안전한 제품입니다'라는 문구를 믿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기업에서는 이윤추구에 앞서 충분한 검증으로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며 국가에서도 허가와 관리감독에 있어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학물질에 관한 맹목적인 거부감보다는 안전을 위하여 적당량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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