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요/작은 이야기

일본 여행 에피소드 - 일본 사람들 진짜 친절한 거 맞네

아나포 2024. 6. 22. 11:47

일본을 엄청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생각과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제일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거리가 너무 깨끗하고 사람들이 친절해서 너무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두 번째 여행에서는 다소 불친절한 사람들과 지저분해진 거리를 보고 일본도 이제 변했나 싶더라고요.

 

사실 동일한 지역을 방문한 게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관광객들이 너무 몰리면서 피로감도 높아졌을 것 같고요.

 

이번에 방문한 야마구치는 여전히 깨끗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했고요, 진짜 잊을 수 없는 친절의 끝판왕을 만나게 되면서 이건 꼭 평생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사람이었다

처음 여행을 가면 모든 것이 더 특별하게 여겨지게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일본에 대한 첫 느낌도 더 강렬했던 것 같아요. 처음 방문한 도시가 도쿄여서 그랬겠지만, 그당시에도 높은 빌딩들과 바쁜 사람들, 그리고 그 와중에 너무 친절했던 사람들 등등이 기억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료칸도 처음 가니까 얼마나 신기하겠어요. 유카타 입고 사진 찍을 때의 풋풋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요렇게 차려나온 음식도 너무 신기했고, 일본 여행이 처음이시라면 료칸도 꼭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일본 느낌 지대로다?

 

의외로 일본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며 맛있게 식사를 했던 걸로 기억되네요.

 

일본 료칸에서 먹은 음식
료칸에서 만족스러운 식사

 

도쿄 디즈니랜드 역시 너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고, 그 당시 아베크롬비 매장의 모델 같은 분들도 기억이 강해요. 그래도 가장 충격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건 바로 친절했던 사람들이고요, 지하철이 멈춰있을 때 일행 중 한 명이 기관사 분께 간단하게 뭘 여쭤봤거든요. 그 자리에서 대답만 해주시면 되는데 갑자기 막 내려서 굉장히 친절하게 손짓을 해가며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어린 마음에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까진 친절한 것인가 꽤 충격을 받았고, 좋은 이미지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혐한 논란도 일어나고, 예전만큼 일본이 깨끗하고 친절하지 않다고 하잖아요. 사실 두 번째 방문 때 그걸 딱 느꼈는데 아무래도 관광객이 너무 몰리는 지역이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한 일본 할머니가 정말 살짝 어깨만 스쳤는데 막 인상을 쓰며 아마도 험한 말을 하시는 듯한 느낌으로 뭐라고 하면서 째려보시더라고요. 일부러 찾아간 카레 맛집에서도 연세가 많아 보이는 주방장이 비꼬는 듯한 말투로 코리안 넘버원 어쩌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낄낄 대는데 그 뉘앙스가 마치 한국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비웃는 듯한 느낌이어서 불쾌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솔직히 별다른 기대 없이 여행을 하다가 정말 너무 친절한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여행 내내 힘들었던 마음이 싹 풀어지고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었어요.

 

사람이 이렇게 까지 친절해도 되나요?

물론 같은 일본 사람이라고 해도 무조건 다 친절하고 상냥한 것은 아니고, 지역에 따라서도 많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는 야마구치 지역의 소도시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분들마다 상냥한 분들이 많았고, 예전의 일본을 다시 여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중에 진짜 인생 에피소드로 남을 만큼 기억에 남는 분이 있는데요, 바로 야마구치의 어느 이름 모를 버스 기사님이십니다. 길에서 무릎까지 꿇은 채로 이렇게 메모를 손수 작성해 주시던 모습을 절대 잊을 수가 없지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최고로 친절한 사람 에피소드
평생 간직하고 싶은 메모

 

야마구치 버스 패스를 이용해서 여행을 다니던 중 유다 온천에서 우베 공항으로 이동 후 시모노세키로 이동하는 일정을 잡게 되었어요. 사실 다른 루트도 있지만 야마구치 콜센터와 통화하면서 우베 공항에서 시모노세키로 바로 가는 버스를 이용 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이었죠.

 

계획대로 우베 공항에 도착해서 시모노세키로 향하려 했으나, 리무진도 셔틀버스도 전부 야마구치 버스 패스 사용이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분명 된다고 안내를 받았고, 콜센터와 통화를 했다고 번역해서 대화를 시도했으나, 자기들도 계속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더니 난처해하더라고요. 시간만 엄청 흐르고 끝내 안된다는 안내를 받았는데 그때 어느 버스 기사님이 위에 보이는 첫 번째 쪽지를 전해주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라고요.

 

직통 버스를 탈 수 없으니 다른 버스를 갈아타고 가는 경로를 알려주신 건데, 버스 시간과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적힌 쪽지였습니다. 이걸 받아 들고 어쩔 수 없이 돌아 돌아 시모노세키까지 가야 하는구나 지쳐있었는데 이 분이 터미널에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버스를 주차하고 다시 저희 쪽으로 오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메모를 해줘도 되겠냐 하시더니 갑자기 길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두 번째 메모지를 작성해 주셨습니다. 사실 버스 타고 내리기는 그동안 실수 없이 잘하고 있었는데 이 분이 보시기엔 너무 걱정되셨나 봐요. 이걸 다음 버스 기사한테 보여주라고 건네주시더니 또 뭐라 뭐라 하시는데 그건 저희가 못 알아들었어요.

분명 좋은 말을 해주시는 것 같은데 파파고로 통역을 해봐도 자꾸 이상한 말들만 나오더라고요. 기사님이 본인 휴대폰으로 어찌어찌해서 보여주시는데 앞으로 조심해라, 주의해라 이런 걱정 가득한 말들이었어요. 낯선 곳에서 일본말도 못 하고 엄청 딱하게 생각하셨던 모양이예요. 이 분 덕분에 일정이 꼬여서 짜증 났던 마음도 가라앉고, 이렇게 까지 마음을 써주시는 분도 있구나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부모님께서 자꾸 이 사연을 인터넷에 올리라며... 그 분은 절대 이걸 볼 수 없을텐데요??

 

일본 버스여행 잊지못할 에피소드
일본의 어느 시골 버스 표지판

 

사실 버스로 여행하면서 처음엔 경로를 잘 못 짜서 정말 시골 한복판에 내려서 멀뚱멀뚱 1시간 가까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던 적도 있는데요, 그때도 버스 기사님이 내리는 곳이 여기가 맞냐며 본인의 버스 시간까지 지연시키며 굉장히 걱정해 주셨던 기억이 있네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내린 곳이 진짜 인적드문 산골이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뜨거운 햇볕아래에서 산새소리만이 울려 퍼지던, 나름 좋게 포장하면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할게요. 구글만 믿고 거기에서 내린 저희 잘못이 큽니다.

 

이분들 뿐만 아니라 유다 온천 숙소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탈 때 버튼을 눌러주시며 너무 매너 있고 친절했던 아저씨도 기억에 남고, 식당에서 수줍게 웃던 너무 귀여운 알바생도 기억에 남아요. 한국어를 아주 조금 하시던 식당 사장님도 본인의 어머님이 실버타운에 계시다며 자기를 못 알아보신다고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대화가 원활하지 못해서 공감이나 위로를 못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남아있네요.

싸우지 않고 여행하려면 무리한 일정보다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관광지보다는 쇼핑한 거나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렇게 주장했건만, 여행을 가면 무조건 많이 보고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솔직히 고생이 심했습니다. 명소를 힘들게 찾아가 봐도 사진만 찍고 오는 거지 큰 감흥은 없었고, 오히려 버스로 왔다 갔다 고생한 기억이 더 크네요.

 

그래도 중간중간 좋은 사람들 덕분에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남겨서 여행에 대한 전체적인 총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길을 헤매지 않고 잘 다닐 자신이 있더라도 여유 있게 여행을 즐기시려면 관광 명소 일정은 살짝 줄여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그동안 일본에서 구경한 신사나 성 이름들 기억에 거의 없어요. 솔직히 다음 여행 때는 온천과 쇼핑, 음식 정도만 즐기고 쉬다고 오고 싶네요. 그리고 사람 때문에 마음이 지칠 땐 저 쪽지를 들여다볼 거예요. 이름 모를 버스 기사 아저씨를 추억하며...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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